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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해상펜션] 여수 앞바다에 '이글루'가 동동 낚시광 아버지, 웃었다

 

 2007/05/17 031면 10:11:40

 

봄소식을 제일 먼저 전해준다는 남쪽 바다. 봄기운에 떠밀려 육지로,북쪽으로 내달리는 발길을 이번에는 바다로 향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찾은 곳이 전남 여수다. 여수의 명소라면 새해 일출의 향일암, 동백숲의 오동도를 떠올리게 마련. 하지만 이번엔 아니다. 여수에 또 하나의 명물이 생겼다. 그것도 산도 아니고,들판도 아닌 바다 위다. 바다위에서 자고 먹을 수 있고,낚시나 어촌체험으로 색다른 레저 활동을 할 수 있는 해상펜션이 여수의 한 섬에서 문을 열었다.

 

 해상 펜션 체험은 바다 위 생활이라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는데다 도선타고 가는 섬여행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여행의 재미가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여수의 섬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먹어왔다는 하모(갯장어) 샤부샤부와 회 맛을 현지 손맛을 통해 맛볼 수도 있다. 해상펜션이 있는 곳은 여수시 경호동 앞바다. 경호동은 대경도,소경도 등 10여개의 크고 작은 유인도와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마을이다. 해상펜션은 대경도에 위치해 있다. 경호동 외동 어촌계가 어촌 체험마을 조성사업 일환으로 정부예산을 지원받아 조성한 게 해상 펜션이다.

 

지난 2일 오픈했지만 벌써부터 예약만원 사태를 빚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대경도 해상 펜션은 육지와 섬을 잇는 도선을 통해 외부인을 맞는다. 여수 시내로 진입해 돌산대교 방면으로 가는 길에 어항단지로 들어서면 대경도 선착장에 닿는다. 대합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만 요금 받는 곳이 없다. 도선 운항시간표도 없다. 손님이 한두 사람만 있어도 섬 저편에서 선장이 보고 수시로 태우러 오기 때문. 요금은 배 위에서 받는다. 도선은 자동차도 운반할 수 있기 때문에 승용차를 가져가는 것도 좋겠다.

 

대경도와 소경도로 나누어져 있는 경도는 섬 전체가 고래의 형상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 원래는 고래 경(鯨)자와 섬 도(島) 자를 사용했지만 고려말 어느 왕의 후궁이 귀양온 것을 계기로 서울 경(京)자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선착장과 섬과의 거리는 불과 500m 정도. 바다 건너편으로 하얀색의 돔이 물위에 떠 있다. 해상펜션이다.

 

마치 알래스카에서 볼 수 있는 이글루 같은 모양이다. 대경도에 도착해 해상 펜션 관리사무소까지는 승용차로 2~3분 거리. 걸어서도 1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대경도는 잘 정비돼 있어 깔끔하다는 느낌을 준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조용한 분위기에다 섬들로 둘러싸여 있어 경치가 좋다. 걷기 싫으면 섬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관리사무소에서 해상펜션까지는 소형선박으로 이동한다. 해상 펜션은 청정 해역의 여수항 내만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잔잔한 파도만 느껴질 뿐이다. 야간 조명이 일품인 돌산대교와 마주하고 있어 밤 풍경도 그만이다. 해상 펜션은 가로 8m,세로 12m의 바지선 위에 특수 재질로 된 9평 크기의 돔 구조물을 세운 것. 수심은 8~14m 정도. 해상 펜션 시설은 4개 동의 펜션과 4개의 낚시바지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상 펜션의 1개 동은 4인 가족 기준이지만 10명까지는 거뜬히 지낼 수 있다. 지난 11일 해상 펜션에 직접 올라가 보았다. 주방시설은 물론,상수도,냉·난방시설,냉장고,TV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일반 펜션과 비교해도 별 다를 게 없다. 바다 오염을 막기 위해 자체정화시설도 설치돼 있는 점도 특이하다. 파도에 따라 약간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괜찮아졌다. 우연한 기회에 해상 펜션 준공 소식을 듣고 지난 8일부터 4일째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해상 펜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임채운(54·부산 해운대구 좌동)씨 일행을 만날 수 있었다.

 

 임씨 일행은 한마디로 "잘 놀고 있다"는 말로 소감을 표시했다. 여러 명이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취사시설도 제대로 갖추고 있는데다 힘 안들이고 낚싯대를 드리울 수 있고,어종도 다양해 손맛이 제법 짭짤하다고도 했다. "어젯밤 9시부터 1시간여 동안 밤낚시를 했는데,손바닥 크기의 볼락이 40여 마리나 낚였답니다." 임씨가 소금에 절인 볼락들을 보여주며 하는 말이다. 우럭이며,숭어며,노래미,갯장어도 낚여 올라온다는 것. 관리사무소 소장 정병옥씨는 "6월쯤 되면 대물급 감성돔도 낚일 정도로 다양한 어종의 고기들이 잡힌다"고 말했다. 펜션 바지선 주변에 돌 어초가 투하돼 있어 물고기들의 서식지가 조성돼 있는 셈이다. 관리사무소에서 원투용 낚싯대를 개당 5천원에 빌려주기도 한다. 해상 펜션은 특히,주부에게 더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 먹고,자고,노는 공간이 한곳에 있어 주부로선 편하다는 이야기다. 취사시설도 웬만한 것은 갖추고 있다. 특히,낚시여행을 자주 가는 가족에게는 해상 펜션이 더없이 편리할 것이라고 임씨는 전했다. 임씨에게 4일 동안 먹고,자고,낚시만 했느냐고 물었더니 "첫째 날은 향일암을,둘째 날에는 선암사를 다녀왔다"고 했다. 해상 펜션 생활이 지겨우면 섬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다. 섬을 횡단하는 길이 4㎞의 도로가 나 있어 섬에서 드라이브도 할 수 있고, 해안가 산책도 할 수 있다. 육지가 그리우면 잠시 낚싯대를 거두고 인근의 남도 여행지로 달려가는 것도 짜릿한 '외도'이다.

 

여수의 향일암,오동도,거문도는 물론이고,순천 선암사 송광사 낙안읍성 순천만 등 명소들이 1~2시간 거리에 있다. 글=송대성기자 sds@busanilbo.com 사진=김병집기자 bjk@

국내 첫 해상펜션 (부산일보 5.17).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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